물건과 물건을 바꾸던 그 시절
요즘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려면 카드를 딱 대거나 현금을 내면 되죠. 그런데 만약 돈이 없는 세상이라면 어떨까요?
고대 사람들은 바로 이런 세상에서 살았어요. 필요한 물건을 얻으려면 자신이 가진 다른 물건과 바꿔야 했죠. 이게 바로 '물물교환'이에요.
예를 들어, 사냥꾼이 고기를 잡았는데 곡식이 필요하다면 농부를 찾아가서 "내 고기와 네 곡식을 바꾸자"라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이런 방법은 너무 불편했어요.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진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렸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물물교환은 20세기까지 대표적인 거래 방식 중 하나였어요. 1945년 해방 이후에도 홍콩, 마카오와의 무역에서 생고무나 제지를 가져오고 대신 중석이나 해산물을 주는 식으로 거래했었죠.
세상 최초의 '돈' 이야기
사람들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물건을 '돈' 역할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바로 물품화폐의 시작이에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기원전 1800년경에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에 돈을 주고받는 규칙이 나와 있어요. 5000년 전부터 점토판에 보리나 양모, 은 같은 것들의 거래 기록을 남겼었죠.
어떤 물건들이 돈으로 쓰였을까요?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돈들:
- 조개껍데기: 바다나 강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 소금: 음식에 꼭 필요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었어요
- 돌: 특별한 모양이나 크기의 돌들이 사용됐어요
생활에 유용한 돈들:
- 곡식: 쌀, 보리 같은 곡물들
- 가축: 소, 양, 염소 등
- 옷감: 비단이나 면직물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야프 섬에서는 지금도 '라이'라는 돌 화폐를 사용해요. 가운데 구멍이 뚫린 둥근 돌인데, 크기가 최대 4미터에 이르기도 해요. 심지어 배로 나르다 물에 빠져도 공증인이 있으면 화폐로 인정한다고 하네요!
반짝반짝 금속 화폐의 등장
물품화폐도 문제가 있었어요. 곡식은 썩을 수 있고, 가축은 아플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더 단단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금속에 눈을 돌렸어요.
기원전 24세기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은이 화폐로 사용됐고, 처음에는 무게를 재서 거래했어요. 이를 '칭량화폐'라고 불러요.
금속 화폐의 장점:
- 썩지 않고 오래 보관 가능
-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편함
- 나누거나 합치기 쉬움
-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함
세계 최초의 동전이 태어나다
무게를 재는 것도 번거로웠던 사람들은 마침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놨어요. 바로 일정한 크기와 무게로 만든 '동전'이었죠.
기원전 650~600년경, 현재 터키 지역에 있던 리디아 왕국에서 세계 최초의 동전을 만들었어요. 이 동전은 '일렉트럼'이라는 금과 은의 자연 합금으로 만들어졌고, 겉면에 사자 머리가 새겨져 있었어요.
리디아의 마지막 왕인 크로이소스는 '부자의 대명사'로 불렸어요. '크로이소스왕처럼 부자'라는 뜻의 'rich as Croesus'라는 영어 표현이 지금도 쓰이고 있어요. 하지만 너무 자만하다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나라가 망하고 말았죠.
고대 그리스에서는 리디아와 달리 100% 순수한 은으로 화폐를 만들었어요. 아테네의 4드라크마 은화에는 아테네 여신의 머리와 올빼미가 새겨져 있었고, 코린토스의 주화에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가 그려져 있었어요.
우리나라 화폐의 여행
우리나라에도 오래된 화폐 역사가 있어요.
삼국시대 이전에는 조개껍데기나 곡물, 직물이 화폐 역할을 했어요. 고조선 시대부터 자모전이나 신라의 무문전 같은 화폐가 만들어졌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실물이 남아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전은 고려 성종 때(996년) 만든 '건원중보'예요. 중국의 건원중보를 본떠 만들었는데, 뒷면에 '동국(東國)'이라는 글자를 새겨 우리나라 돈임을 표시했어요.
조선시대에는 상평통보가 전국적으로 사용되면서 본격적인 화폐 경제가 시작됐어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동전은 1959년부터 시작됐고, 1966년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든 1원, 5원, 10원 동전이 나왔어요.
종이돈의 혁명
동전도 좋았지만 큰 거래를 할 때는 너무 무거웠어요. 그래서 종이로 만든 돈이 등장했죠.
세계 최초의 지폐는 11세기 중국 북송에서 사용된 '교자'예요. 종이 자체는 가치가 없지만, 국가에서 "이 종이는 금이나 은과 바꿔줄게"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었어요.
현대의 다양한 돈들
오늘날에는 돈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졌어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플라스틱 카드 하나로 전 세계 어디서든 결제 가능 전자화폐: 스마트폰으로 간편 결제 암호화폐: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화폐들
화폐가 우리에게 준 선물
화폐의 발명은 인류 역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어요:
- 거래가 쉬워졌어요: 물물교환의 불편함이 사라졌죠
- 경제가 발달했어요: 상업과 무역이 활발해졌어요
- 문명이 발전했어요: 복잡한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졌어요
- 저축이 가능해졌어요: 미래를 위해 돈을 모을 수 있게 됐어요
마무리: 돈의 미래는?
화폐는 '지불 기능, 가격의 척도, 저축 기능, 교환 수단'이라는 네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조개껍데기에서 시작된 화폐는 금속, 종이, 플라스틱 카드를 거쳐 이제는 스마트폰 속 숫자로까지 진화했어요.
앞으로 화폐는 어떻게 변할까요? 어쩌면 머지않아 생각만으로도 결제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떤 형태든 화폐의 기본 역할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이 서로 필요한 것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말이에요.
다음에 동전이나 지폐를 볼 때, 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지혜가 담겨있다는 걸 생각해보세요. 작은 동전 하나에도 정말 긴 역사가 숨어있답니다!